Small Grey Outline Pointer 花吹雪
스물네 살의 바다
2022. 9. 24.

너는 끔찍하게 아름다웠다.

나는 숨을 죽였다.

잠들어 바람의 나라에 이른

너,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.

너의 혼, 손 한번 내밀면 만져질 듯 흔들리고 있는.

네 얼굴에 바다가 차올랐다.

스물네 살의 바다

 

바다는 굉장히 힘이 세었다.

나는 사방에 대고 절을 하고 싶었었다.

 

비.

땅위로 내리는 비, 넋없이 한데로 나앉았던 젊음.

 

스물넷이야 죽고 싶어.

이제 막 스물넷이야. 죽고 싶어.

 

바다가 네 얼굴 위를 흘러갔다, 달빛, 별빛, 스물네 살.

 

바람이 불었다.

휘익, 그리고 한꺼번에 달겨들던 죽음.

아름다워라, 나는 자꾸만 절을 하고 싶었었다.

 

/김정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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