너는 끔찍하게 아름다웠다. 나는 숨을 죽였다. 잠들어 바람의 나라에 이른 너,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. 너의 혼, 손 한번 내밀면 만져질 듯 흔들리고 있는. 네 얼굴에 바다가 차올랐다. 스물네 살의 바다 바다는 굉장히 힘이 세었다. 나는 사방에 대고 절을 하고 싶었었다. 비. 땅위로 내리는 비, 넋없이 한데로 나앉았던 젊음. 스물넷이야 죽고 싶어. 이제 막 스물넷이야. 죽고 싶어. 바다가 네 얼굴 위를 흘러갔다, 달빛, 별빛, 스물네 살. 바람이 불었다. 휘익, 그리고 한꺼번에 달겨들던 죽음. 아름다워라, 나는 자꾸만 절을 하고 싶었었다. /김정란